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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값 석달 새 50% 올랐다…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 장기화로 공급 차질

‘21세기 최대 재앙’으로 불리는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 여파로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사고 발생 이후 피해 지역이 플로리다 등지로 확대되면서 공급 차질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한인업계에 따르면 멕시코만에서 양산되는 새우 가격은 사고 전에 비해 50% 이상 올랐다. 현재 새우는 파운드당 5.90~6.9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역시 멕시코만에서 많이 공급되는 홍도미와 킹피시도 최고 30%까지 인상됐다. H마트 냉동수산물 구매부 박태현 과장은 “새우는 계절 상품으로도 많이 판매되는 제품인데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고로 공급 물량이 달려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남미산 물량으로도 부족해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산 새우까지 취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새우는 미국 내 해산물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주요 산업이다. 루이지애나 주민 70명 중 1명이 새우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미국 전역에 공급되는 굴 가운데서도 67%가 멕시코만에서 양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파괴된 굴 양식장이 복구되는 데에만 최소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한인마켓들은 생굴이 쉽게 상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취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시마켓을 운영하는 한인들도 울상이다. 뉴욕한인수산인협회에 따르면 매년 7~9월은 비수기로 수산물 도매 가격이 평균 20~30%정도 하락하는 반면 올해는 기름 유출 사고 여파로 오히려 20~30% 올랐다. 한인들이 많이 찾는 생선 중 연어는 도매 가격이 30%나 올랐으며, 고등어·광어 등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고 20% 정도 인상됐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기름먹은 수산물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산인협회 곽호수 수석부회장은 “굴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새우의 경우 현재 유통되는 냉동 물량이 소진되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불경기에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심도 늘어 업계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정도 하락했다”고 말했다. 맨해튼에 거주하는 빅토리아 배씨는 “5월부터는 아예 수산물을 사먹지 않고 있다”며 “캔 제품이나 한국산 조기·굴비만 구입해 가족들의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배씨는 “미국에서 이렇게 대책 없이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며 “빨리 해결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최희숙 기자 hs_ny@koreadaily.com

2010-07-12

원유 유출 파장은? 미 최대 굴생산지…새우·게 등 수산물 가격 더 오를듯

◇식탁이 위협받고 있다= 멕시코만 일대는 각종 희귀 해양생물 서식지인 동시에 새우 게 굴 등 연안 어종이 많이 잡히는 어업 중심지다. 특히 미국내 굴 공급의 67%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 지역에 '어업재난상태'가 선포되면서 해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멕시코만 사태 발생 후 새우 가격은 40%이상 폭등해 파운드당 7.50달러에 이르고 있다. 대하 가격도 사태 전과 비교해 19% 이상 올랐으며 바닷가재 가격도 급등하는 추세다. 실제로 전국수산과학원(NFI)에 따르면 원유유출 사태로 굴과 새우 등 수산물 가격은 전국 평균 30%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메뉴판을 수정하는 씨푸드 식당들이 늘고 있다. 전국 해산물 레스토랑 체인인 레드랍스터의 경우 오는 7월 중순 굴의 판매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해산물 가격 상승 전망에 따라 식당과 식품 회사들은 싱싱한 식재료 사재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 해산물 추가 가격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경제가 무너진다=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피해 규모는 7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플로리다주는 미국 최고의 여름 휴양지로 연간 80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주민 100만명이 관광업에 종사해 연간 60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주 전체 세입의 21%가 관광 수입이다. 하지만 원유유출 사태로 관광 예약이 대거 취소되면서 2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2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운송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미시시피강 하류는 옥수수 콩 밀 등 연 5000만톤이 넘는 곡물 수출 통로다. 그러나 원유사태로 물류 운송이 지연되고 있다. 원유유출 사태는 피해 지역을 넘어 미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0-07-07

기름유출 죽음의 바다 '루이지애나주'를 가다 <하>

"BP의 토니 헤이워드 CEO가 요트 경기를 관람했다고 하더군요. 피해지역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처사가 아닌가요."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공항에서 남부 해안으로 향하는 23번 도로. 렌터카 라디오에서는 BP 얘기 뿐이었다. 라디오 진행자는 2시간 내내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안이한 대처를 비난했다. 공항에서 집어든 지역 신문들도 멕시코만 원유유출 기사로 도배를 했다. 멕시코만에서 BP의 원유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검은 기름띠는 60마일을 흘러나와 루이지애나 해변까지 도달했다. 바다는 온통 검게 변했다. 이를 바라보는 어촌 주민들의 마음도 검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바다는 그들 삶의 터전이다. 루이지애나주 남부 해안의 엠파이어 항. 항구를 중심으로 20여채의 주택과 낚시 용품 상점이 모여있다. 전형적인 작은 어촌 마을 풍경이다. 걷잡을 수 없는 기름에 바다가 오염되면서 수산업이 먼저 망가졌다. 대를 이어 운영해온 굴 양식장이 폐쇄됐다. 미 전역에 공급되는 굴의 67%가 멕시코만에서 생산된다. 루이지애나주는 수산물 생산만으로 매년 24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사태가 악화되며 낚시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겼다. 루이지애나주의 낚시 관광 수입은 연 16억 달러 규모. 항구 인근 식당 앞에 '신선한 새우 팝니다'라는 붉은 배너가 눈에 띄었다. 식당에 들어가 새우가 있냐고 물었다. 주인은 "없다"고 시큰둥하게 답했다. 그는 수족관을 가리켰다. 이끼가 낀 수족관은 물만 찰랑거렸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기름 오염이 안된 지역에서 가져온 해산물을 들여놓아도 팔리지 않아요. 오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혹 있어도 기름 덮인 바다 앞에서 파는 것을 누가 먹겠어요?" 주인은 힘없이 말했다. 항구엔 조업 금지 조치로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배들이 줄지어 있다. 할 일이 없어진 어부들이 낮부터 항구에 나와 있다. 그들은 손에 든 맥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운영하던 굴 양식장을 폐쇄했다는 스타커씨는 "기름 뜬 바다만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며 "기름이 멈춰도 오염된 바다에서 앞으로 10년 이상은 양식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양식장에서 일하던 직원들까지 모두 거리에 나앉았다"고 말했다. 조심스레 BP로부터 받을 보상금 얘기를 꺼냈다. BP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6만여건에 가까운 피해 보상 요구가 접수됐다. 지급된 보상금만 1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일회성 보상금으로 피해 지역 주민들의 민심 달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삶의 터전을 잃었다는 상실감이 돈으로 보상되긴 어렵기 때문이다. 엠파이어 항에서 만난 로이드 랜드리(38)씨는 "보상금 몇 푼으로 어디 가서 무엇을 시작할 수 있겠냐"고 푸념했다. 2005년 이 지역에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왔었다. 항구에는 아직도 그때의 흔적이 남아있다. 항구 주변에는 반쯤 무너진 채 버려진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늘어서 있다. 구멍이 크게 뚫린 소방서도 그 중 하나다. 소방서 앞에는 10여개의 묘비가 늘어서 있다. 카트리나 때 순직한 소방관들이 잠들어 있다. 카트리나를 겪고도 주민들은 항구를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카트리나 때 건물은 무너졌지만 바다는 남아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히려 카트리나 이후에 어류가 풍부해졌다고 한다. 이 곳을 찾는 낚시꾼이 늘면서 생활은 나아졌다. 베니스에서 새우 판매점을 운영하는 베트남계 주민은 "지역 주민들이 원유유출 사고 뒤 지난 2개월 동안 육체적.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아무것도 할 말이 없다"며 "하루 빨리 사태가 마무리돼 일상 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엠파이어 항 인근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라일 스탁스틸(68)씨는 "이 시골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바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다는 우리에게 먹을 것 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돈까지 줬다. 그런 바다마저 없었다면 카트리나가 왔을 때 벌써 이 곳을 떠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루이지애나=곽재민 기자

2010-07-07

기름유출 죽음의 재앙 '앨라배마주'를 가다 <중>

심해 오일 유출이 시작된 지 두달이 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띠가 확산될수록 주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방제 작업을 지켜보던 킴 레이본씨는 "수 일째 바다에 나와 똑같은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며 "여전히 깊은 바다에서 뿜어져나오는 기름이 멈추길 기도하지만 하얀 백사장의 누런 기름띠는 점점 늘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 다른 지역 주민인 레베카 패럴씨는 "매년 이 맘 때면 밤낮으로 사람들이 해변을 가득 메웠는데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기름만 들어차고 있다"며 "바다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빈 해변이 주는 허무함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기름먹은 바닷물이 궁금해 직접 손발을 적셔봤다. 따뜻했다. 바닷물에 적신 손을 코에 갖다대자 역한 기름내가 진동했다. 머리가 띵 할 정도로 강한 냄새 때문에 속까지 울렁거렸다. 마치 주유소에서 기름을 손으로 받아 냄새를 맡고 있다는 착각까지 일었다. 생명의 바다가 거대한 죽음의 기름밭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해변 입구에 설치된 샤워기를 틀고 손발을 닦았다. 아무리 닦아도 손에 밴 기름내가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미끌미끌한 기름기가 손에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갑자기 바람이 훅 불어왔다. 바람과 습기에 뒤섞인 매캐한 기름 냄새가 다시 코를 찔렀다. 해변에 나와있던 사람들은 코와 입을 막으며 "역겹다!(Disgusting)"고 소리쳤다. 제임스 프리셰씨는 "바람이 북풍으로 바뀌어 육지쪽으로 불면 온 마을이 기름 냄새로 뒤덮인다"며 "이렇게 검은 바다와 기름내 진동하는 도시를 누가 찾겠냐.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 곳이 잊혀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현장을 찾기 전에는 기름때를 닦는 자원봉사자들로 가득 찬 해변을 상상했다. 적어도 지난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 바다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 때는 그랬다. 당시 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제작업에 동참했다. 그들은 땀과 눈물로 기름때를 닦아 냈다. 그러나 실제 앨라배마주에서 자원봉사를 신청한 사람은 고작 1만여명. 기름 유출의 직접적인 피해지역인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주의 해안선은 770마일(1200km)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의 3배다. 기름띠를 방어해야 할 해안선에 비해 자원봉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유는 있다. 아무나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우선 안전 때문이다. 멕시코만 기름 유출 지역은 위험한 해안 습지가 있어 자칫 또 다른 인명사고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기름띠 제거 작업이 바다에서 이뤄진다. 특수 안전 장비가 필요하다. BP측은 "오직 바다에서 근무가 익숙한 사람이나 특별한 기름 제거 기술을 가진 사람만이 자원봉사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방침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자원 봉사에 참여하기 위해선 40시간의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자원봉사 단체인 앨라배마 코스탈 파운데이션의 베타니 크래프트는 "대부분의 자원 봉사 희망자들은 복잡하고 긴 트레이닝을 거쳐야하는 풀 타임 봉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자원봉사자가 적은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원유유출 사태를 보는 시각이다. 오렌지 비치에서 만난 이 지역 주민은 "BP로 인해 발생한 사태인만큼 BP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BP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며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BP는 방제작업을 위해 돈을 주고 대규모로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BP에 고용된 방제 인원은 7000여명에 달한다. 피해지역 주민이 고용 1순위다. 실업자나 원유유출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주민이 우선적으로 고용되고 있다. 타 지역 주민이 고용되는 경우는 특수 방제 기술자에 한하고 있는데 드물다. 방제작업 타미 프라이스 "습도·무더위·냄새와의 싸움" "날씨와의 싸움입니다." 오렌지 비치 해변에서 가족과 함께 방제작업을 지켜보던 타미 프라이스(35.사진)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이 지역 토박이인 그는 관광객을 상대로 낚시와 보트 대여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4월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가 터지면서 수입이 없어졌다. 이 후 BP에 고용돼 방제 작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바다 위에서의 방제 작업은 엄청난 체력을 요구한다. 그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바다에 나가 기름띠를 제거하고 있다"며 "바닷가 태생이라 배 위에서 근무하는 것이 그리 낯설지 않다"고 했다. 문제는 높은 습도와 무더위다. 멕시코만 해안 지역 여름 기온은 화씨 90도를 웃돈다. 여기에 습도가 더해지면 체감 온도는 화씨 110도를 넘어선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찜통이 따로 없다. 살인적인 더위와 습도가 더해진 바다 위에서의 방제 작업은 치명적인 위험을 줄 수 있다. 바다를 뒤덮은 기름 냄새도 방제 작업의 걸림돌이다. 프라이스는 "파도의 울렁거림과 습기를 머금은 바람에 실려오는 기름 냄새로 인해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동료들도 있다"며 "앞으로가 더 문제다. 허리케인 시즌이 다가오면서 작업이 중단되고 폭풍으로 인해 바다의 기름이 육지까지 뒤덮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게다가 작업 중 기름에 노출된 피부가 발진을 일으켜 방제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에 따른 고통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앨라배마=곽재민 기자

2010-07-06

[J 라운지] 펠리컨의 눈물

6일자 본지에 르포 기사로 소개된 '기름 젖은 펠리컨'의 모습이 애잔하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로 삶의 터전을 잃고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인 조류다. 지난 60년대 무분별한 살충제(DDT) 사용에 의한 생태계 오염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가 가까스로 종족 보존에 성공했지만 이번 오일 유출로 다시 위기에 처했다. 펠리컨은 커다란 아랫부리에 신축성이 있는 큰 주머니를 달고 있다. 펠리컨이 물 속으로 부리를 빠르게 찌르듯 집어 넣어 고기를 낚아채고 이를 아랫부리에 보관하는 모습은 TV에서 흔히 방영돼 우리에게도 친숙하다. 펠리컨은 해안이나 내륙 호수나 습지에 산다. 이번에 오일 유출로 기름띠가 퍼지고 있는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해안은 펠리컨이 서식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런데 이곳의 바닷물이 기름에 덮여 버렸으니 오갈 데가 없어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기름을 뒤집어 쓴 펠리컨이 끈적거리는 기름을 털어내기 위해 날갯짓을 하지만 기름이 제거되기는 커녕 온몸의 깃털로 기름이 번져 결국 죽게 된다는 점이다. 초점 잃은 눈동자로 멍하게 서 있는 펠리컨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의 자연 파괴에 대한 동물의 절규를 본다. 불의의 사고에 대한 대책 하나 없이 용감하게도 수심 1km가 넘는 해저에 구멍을 뚫어 '오일 달러'를 버는 데만 급급했던 인간. 사고 발생 두달이 훨씬 넘었지만 아직도 시커먼 기름이 바닷물 속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는 걸 생각하면 참담할 뿐이다. 펠리컨의 그 퀭한 눈동자가 인간에게 되돌아오지 않으리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논설위원실>

2010-07-06

헐떡이는 펠리칸의 '검은 눈물'…기름 유출 죽음의 해변 '루이지애나주'를 가다

"꺄아아아악". 비명소리였다. 그건 분명 공포에 질린 새의 비명소리였다. 루이지애나주 남부 해안 잭슨항. BP사태로 기름을 뒤집어 쓴 새들을 구하기 위한 긴급 조류 재활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센터 안에는 흰 그물망에 덮힌 나무 상자들이 빼곡히 차 있다. 그 속에서 수 백마리의 새들이 공포에 떨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안내를 맡은 국제조류구조 리서치센터(IBRRC) 관계자가 그물망을 걷어냈다. 길고 넙적한 부리가 눈에 들어왔다. 펠리칸이다. 목덜미부터 몸통까지 검은 윤기가 흘렀다. IBRRC의 제이 홀컴 디렉터는 "갈색 펠리칸이다. 하지만 기름을 뒤집어 써 검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다. 큰 소리나 카메라 플래시는 피해달라"고 당부했다. 센터에는 450여 마리의 펠리칸을 포함해 총 634마리의 새가 기름 제거를 기다리고 있다. 홀컴 디렉터는 "대부분 루이지애나 연안에서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기름 오염 지역이 확대되면서 앨라배마와 플로리다 지역에서도 기름범벅이 된 펠리칸이 구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만에서 유출되고 있는 기름에 보호 조류인 펠리칸이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에 말없는 펠리칸이 검은 눈물을 흘리며 인간에 준엄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루이지애나=곽재민 기자

2010-07-05

기름유출 죽음의 해변 '루이지애나주'를 가다 <상>

펠리칸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건 살고자 하는 '본능' 때문이다. 몸에 이물질이 묻은 펠리칸은 쉼없이 날개를 퍼덕인다. 긴 날개를 쭉 펴 퍼덕 퍼덕을 반복해 이물질을 제거하려 한다. 하지만 끈적이는 기름은 쉽게 날개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펠리칸은 이를 알지 못한다.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본능에 따라 날개를 퍼덕일 뿐이다. 그렇게 펠리칸은 본능을 따라 날개짓을 하다 지쳐 죽는다. 펠리칸의 먹이도 문제다. 펠리칸은 넓고 깊은 부리에 먹이를 저장한다. 기름에 버무려진 먹이를 자신도 먹고 새끼에게 먹인다. 이렇게 몸 속으로 들어간 기름은 펠리칸의 생식 기능을 마비시킨다. 결국 더 이상 알을 낳지 못하게 된다. 설령 알을 낳더라도 부화되지 못한다. 검은 펠리칸을 사진에 담기 위해 카메라를 꺼냈다. 하지만 쉽게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작은 카메라 화면에 반복돼 비치는 광경에 손이 떨렸다. 참담했다. 펠리칸은 사람 키만한 날개를 쭉 펴고 미친듯이 퍼덕였다. 날개 부리 몸통 모두 기름에 덮여 있다. 2명이 한 조를 이룬 센터 직원들이 달려 들었다. 한 명은 펠리칸의 날개를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영문을 모르는 펠리칸은 "꺄아아악 꺄아아악" 비명을 질러댔다. 다른 한 명이 펠리칸의 몸에 기름제거를 위한 클리너를 들이 부었다. 펠리칸은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맞섰다. 펠리칸에게는 또 다른 이물질로 느껴질 뿐이다. 뾰족한 부리 안에 저장된 먹이도 긁어내야 한다. 부리에서 나온 먹이들은 기름에 절여져 있다. 가는 면봉으로 눈 주위를 닦고 몸통도 세세히 닦아야 한다. 바닥으로 시커먼 기름때가 줄줄 흘러내렸다. 홀컴 디렉터는 "30여명의 직원이 교대로 하루종일 작업을 한다. 하지만 하루 닦을 수 있는 새는 30~35마리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보는 광경이지만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센터에 들어 온 펠리칸들은 회복이 돼도 문제다. 펠리칸이 돌아갈 수 있는 바다는 아직 검게 물들어 있다. 조류 재활센터 관계자는 "어제는 어미를 잃은 새끼 펠리칸 15마리가 극적으로 구조돼 센터에 왔다. 하지만 회복해도 받아 줄 가족과 바다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펠리칸은 해양 생태계 먹이사슬 최상위 군에 속한다. 천적이 없다. 그러나 해양 오염에는 가장 취약하다. 이 때문에 펠리칸은 바다 오염 상태를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됐다. 지난 1960년대 DDT(살충제) 사태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DDT로 바다 생태계가 오염되며 갈색 펠리칸은 멸종 위기에 처했다. 이 후 DDT 사용은 금지됐고 갈색 펠리칸 복원 작업이 이어져왔다. 50여년이 지났다. 또 다시 인간이 부른 자연재앙이 펠리칸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펠리칸 뿐만 아니다. 각종 야생동물들도 기름 오염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 멕시코만은 멸종 위기에 놓인 희귀 해양 생물의 보고다. 어류.야생동물 집계 자료에 따르면 원유유출 사고 73일째인 지난 1일 현재 조류 1248마리 바다 거북이 441마리 포유류 52마리가 죽은 채 발견됐다. 기름에 노출됐던 조류 881마리 거북이 102마리 포유류 2마리가 구조돼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해양학자들은 기름 피해 지역이 방대해 죽은 동물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죽은 동물 가운데 다수는 해저로 가라앉거나 다른 해양생물에게 먹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 거북이는 원유유출 최대 피해 동물 중 하나다. 전세계 7종의 바다 거북이 가운데 5종이 멕시코만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 이 지역에만 서식하는 희귀 바다 거북이인 켐프스 라이들리는 이미 200마리 이상이 죽은 채 발견돼 멸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해양 생물이 기름에 노출돼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해양대기청(NOAA)은 멕시코만에 서식하는 유일한 멸종 위기 해양 포유류인 향유 고래의 사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름 유출 피해 동물 수는 웹사이트(dailydeadbird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류구조센터 제이 홀컴 "수 십년간 복원 노력…멸종위기서 살렸는데" “갈색 펠리칸은 꼭 지켜내야 합니다.” 국제조류구조 리서치센터(IBRRC) 제이 홀컴 디렉터는 긴급 조류 재활센터에서 갈색 펠리칸 보호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홀컴 디렉터는 기름 유출 피해를 입은 갈색 펠리칸 재활을 위해 북가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루이지애나주까지 왔다. -갈색 펠리칸의 중요성은. “원유유출 사태 전부터 갈색 펠리칸은 수 십년간의 복원 노력 끝에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은 상징적 동물이다. 인간과 자연의 연결 고리인 것이다. 기름을 뒤집어 쓴 끔찍한 모습의 펠리칸이 언론에 보도되며 원유유출 재앙의 심볼이 됐다. 또한 루이지애나주에서 펠리칸은 주기에도 그려져 있는 주조이기도 하다.” - DDT에 이어 또 다시 갈색 펠리칸은 멸종 위기에 놓인 것인가.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1972년 DDT 사용 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이 갈색 펠리칸 복원에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기름 유출 사태로 인해 기름 사용이 금지되는 일은 없지 않겠냐. 우선 멕시코만에서 유출되고 있는 기름을 막는 것이 시급하다. 펠리칸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얼마나 빨리 갖춰지느냐에 달렸다. 물론 그때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유출 사고 이후 펠리칸이 사라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구조된 펠리칸들도 상태가 심각한 경우가 많아 앞으로가 더 문제다. 원유유출 지역에 남아있는 새끼 펠리칸들도 위험하다. 정확한 펠리칸 사망 숫자는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일이 세고 싶지 않다.” -구조된 펠리칸의 재활 과정은. “일단 기름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하고 기름때를 벗겨낸다.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7~10일 정도의 회복 기간동안 지켜본다. 괜찮다고 판단되면 오염 지역이 아닌 곳에 풀어준다.” 루이지애나=곽재민 기자

201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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